1. 역사적 사실
조훈현과 이창호는 한국 바둑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스승과 제자입니다. 조훈현 9단은 어린 이창호를 내제자(스승의 집에 거주하며 사사받는 제자)로 받아들여 함께 생활했고, 두 사람은 가족 같은 사제지간으로 지냈습니다. 1984년 조훈현이 전북 전주의 9살 소년 이창호를 첫 제자로 받아들였을 당시, 조훈현은 이미 한국 바둑계의 정상에 있던 32세 현역 최강자였습니다. 이창호는 스승의 집에 들어간 지 2년 만인 1986년, 만 11세의 나이로 프로 입단에 성공하며 조훈현에 이어 세계 최연소 2위 프로기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천재 사제 콤비의 등장은 한국 바둑계에 큰 화제가 되었죠.
조훈현은 한국 바둑의 일인자로 군림하며 숱한 타이틀을 휩쓴 인물입니다. 그는 9세에 최연소 입단하여 일본 유학 시절 거장 세고에 겐사쿠의 내제자로 수학했고, 한국 귀국 후 1970~80년대 국내 주요 기전을 모조리 석권하며 “전관왕”에 올랐습니다. 1989년엔 세계 최초의 프로 바둑 월드컵인 응씨배에서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을 꺾고 우승, 한국 바둑을 세계 최강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공격적이고 빠른 그의 기풍 때문에 ‘속기 행마의 달인’ 또는 전투의 신이라 불렸으며, 대국 중 이기고 있어도 투덜거리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등 독특한 습관으로도 유명했습니다. 한편 이창호는 조훈현에게 바둑을 배워 성장한 바둑 신동으로, 조훈현의 뒤를 이어 한국 바둑을 세계 정상에 군림시킨 장본인입니다. 묵직하고 침착한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돌부처”라는 별명을 낳았고, 한 집이라도 유리하게 끝내기 위해 계산을 거듭하는 모습에서 ‘신산(神算)’, 즉 신의 계산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어린 이창호가 분명 크게 이길 수 있는 수 대신 “반집 차이로 이겨도 100% 승률을 보장하는 수”를 택한다는 일화는 그의 철저한 형세 판단을 보여주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의 대결 기록은 그 자체로 한국 바둑사의 전설입니다. 1988년 첫 공식 대국을 시작으로 약 16년간 무려 300번 넘게 맞붙었고, 통산 전적은 이창호가 182승, 조훈현이 118승으로 집계됩니다. 이창호는 주로 계가까지 가는 접전에서 강점을 보였고, 조훈현은 불계승(항복을 받아내는 승리)에 능했습니다. 특히 타이틀전 결승 무대에서만도 수십 차례 마주쳤는데, 1988년 이창호가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만난 상대도 스승 조훈현이었습니다. 당시 제28기 최고위전 결승 1국에서 조훈현은 불과 80수 만에 제자를 제압하며 신동에게 높은 벽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이후로도 이창호는 1989년 동안 세 차례 도전기 결승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스승의 벽에 막혀야 했습니다. 바둑계에서는 “아무리 이창호라도 앞으로 5년은 조훈현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그러나 1990년 2월 2일, 드디어 역사적인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당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조훈현 국수와 만 15세의 바둑 신동 이창호 4단이 제29기 최고위전 결승 5번기 최종국에서 맞붙은 것입니다. 모두가 스승의 압승을 예상했던 그 승부에서 이창호는 예상을 깨고 반집 차이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흑 반집 승, 이창호가 이겼다고!”라는 외침과 함께 조훈현은 자신의 제자 앞에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고, 관록의 승부사도 “이것이 승부니깐…”이라며 패배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이 대국은 스승과 제자가 공식 기전 결승에서 처음으로 자리바꿈을 이룬 순간으로, 한국 바둑계의 세대 교체를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이후 이창호는 스승의 뒤를 이어 국내외 타이틀을 휩쓸며 바둑 황제로 등극합니다. 14세에 KBS 바둑왕전 우승으로 국내 최연소 타이틀 획득 기록을 세웠고, 16세이던 1992년에는 동양증권배에서 우승하여 세계 최연소 세계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이창호는 세계 대회 통산 23회 우승(메이저 세계대회 17회)으로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 있으며, 국내 타이틀도 누적 140여 회 획득하며 스승 조훈현의 기록(160여 회)에 버금가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반면 스승 조훈현은 제자의 성장으로 한때 보유 타이틀을 모두 잃고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며 시련을 겪었지만, 다시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불태우며 재기에 성공합니다. 그는 제자에게 연패한 충격 이후 담배를 끊고 산행으로 체력을 길렀고, 2003년 만 49세의 나이로 삼성화재배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며 최고령 세계 챔피언 기록을 세웠습니다. 오랜 시간 정상에 군림하던 스승이 제자에게 정상을 내주고도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하여 결국 다시 정상에 오른 이 스토리는 현실이었기에 더욱 감동적인 서사가 되었습니다. 조훈현은 훗날 “전관왕이었던 내가 창호 때문에 무관으로 떨어졌지만, 차라리 제자한테 다 뺏겨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덕분에 1년이라도 더 정상에서 버틸 수 있었다”며 제자의 존재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서로의 경쟁을 통해 각자 더욱 강해진 운명의 라이벌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제지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 프로 입단 무렵의 어린 이창호. 통통한 체격에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한 모습 때문에 ‘돌부처’라는 별명이 생겼다.
2. 재구성 요소들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 <승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극적인 재미를 위해 일부 각색과 생략을 가미했습니다. 영화 도입부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허구의 요소가 섞여있다”는 안내 문구가 표시되어 있듯이, 모든 장면이 실제 일화와 똑같이 전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실제와 다르게 그려졌을까요?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조훈현과 이창호의 첫 만남이 영화에서는 극적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현실에서는 프로 기사 전영선 5단이 조훈현에게 “전주에 대단한 아이가 있다”며 이창호를 추천했고, 조훈현이 직접 전주로 내려가 어린 이창호와 바둑 두 판을 두어본 끝에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각색하여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만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조훈현이 지방 대국 이후 다방에서 어린 이창호의 기력을 시험하는 장면은 실제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했지만 구체적인 상황 연출은 허구적입니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소품들도 재치 있게 배치되었는데, 특히 어린 이창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바나나맛 우유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습니다. 실제 이창호가 가장 즐겨 마셨던 음료가 바나나맛 우유였다는 사실을 아는 관객이라면 미소 지을 디테일이죠.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이병헌 분)이 어린 이창호의 기력을 처음 시험하는 장면. 오른쪽 위에 이창호 아버지가 운영했던 ‘이시계점’ 간판과 함께, 바둑판 옆 재떨이와 이창호가 좋아하던 바나나맛 우유까지 등장한다. 해당 장면의 연출은 실화를 각색한 것이지만, 이러한 소품 디테일은 실제 일화에 근거한다.
이창호의 말투와 성격도 영화와 현실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전주 출신인 어린 이창호 캐릭터에게 남도 사투리를 쓰고 다소 당돌한 대사들을 하게 했지만, 실제 이창호는 거의 말이 없고 표정 변화도 적은 소년이었습니다. 전주 사투리를 구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과묵한 성격으로 유명했지요. 제작진이 이런 설정을 넣은 것은 극의 재미를 높이고 어린 배우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로 보입니다. 또한 영화에서 이창호가 대담하게 스승에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현실의 이창호는 스승 앞에서 예의 바르고 묵묵히 바둑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제자에 가까웠습니다.
조훈현의 라이벌과 주변 인물도 일부 가명 처리되거나 허구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영화에 남기철 8단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사실 조훈현과 동갑내기 대 rivals였던 서봉수 9단을 모델로 한 캐릭터입니다. 배우 조우진이 매서운 눈빛으로 연기한 남기철은 극중에서 조훈현과 치열한 대국을 벌이며 “망했네…”를 중얼대는 조훈현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망했네”라는 혼잣말 습관 역시 실제 조훈현의 유명한 버릇입니다. 조훈현 9단은 유리한 국면에서도 수시로 “또 졌네”, “큰일 났네” 같은 푸념을 하곤 했고, 일본어로 중얼거리기도 했다고 하지요. 심지어 대국 도중 다리를 떤다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상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려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두는 등의 기행을 벌인 적도 있는데,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에서 군데군데 코믹 요소로 재현됩니다. 다만 실명을 사용하는 주요 인물들과 달리, 서봉수 9단처럼 현존 인물에 대해선 이름을 살짝 바꿔 표현함으로써 팩션(faction) 영화로서의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훈현의 아내 정미화 여사 역시 영화에 등장하는데, 그녀의 역할과 감정선에도 사실과 창작이 섞여 있습니다. 정미화 씨는 실제로 남편의 매니저 겸 조력자로서 어린 이창호를 자기 아들처럼 보살폈던 인물입니다. 남편을 바둑 대국장에 데려다주고, 어린 제자의 밥과 공부를 챙기며 목욕까지 시켜줬다고 전해지는데, 영화에서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남편과 제자를 동시에 돌보는 스승의 아내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냈습니다. 특히 스승인 남편이 제자에게 패배하는 순간, 정미화가 어떤 심정이었을지를 영화가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이창호에게 처음 패한 역사적인 대국 직후, 멍한 표정으로 제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겨주는데요. 이는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심정과 제자의 성장을 축하해야 하는 기쁨 사이에서 갈등했을 실제 정미화 씨의 마음을 상상하게 합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디테일은 이창호의 신발끈 에피소드입니다. 영화에서는 어린 이창호가 신발 끈을 제대로 묶지 못해 어른들이 대신 매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에 기반한 유머러스한 재현입니다. 실제로도 이창호는 어릴 적부터 신발 끈 묶는 법을 서툴러 했고, 프로 기사 형님들이 어린 이창호의 신발을 대신 묶어준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훗날 이창호 9단이 성인이 되어 군 입대를 했을 때도 군화 끈을 묶지 못해 지퍼 달린 장교용 군화를 신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죠.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특별한 설명 없이 툭 던져놓지만, 이러한 배경 지식을 가진 관객이라면 웃음 짓게 되는 부분입니다.
스토리 전개의 구성에도 영화적 각색이 있습니다. <승부>는 조훈현과 이창호의 영광 연대기를 그대로 나열하기보다, 두 사람의 가장 극적인 순간에 집중합니다. 즉, 제자가 스승을 처음으로 꺾어낸 1990년 최고위전 결승을 클라이맥스로 삼아 승부의 의미를 부각시키는데요.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1989년까지의 도전과 패배 과정은 비교적 압축적으로 다뤄집니다. 몇 번의 짧은 montage와 대사로 “이창호가 도전했으나 번번이 졌다”는 것을 보여준 후, 영화 후반부 대부분을 결승 5번기 시리즈와 마지막 대국의 심리전에 할애합니다. 특히 마지막 5국 장면은 실제 대국 내용을 거의 100% 재현할 정도로 공을 들였는데, 바둑 자문을 맡은 프로기사 서건우 7단의 조언 아래 당시의 착수 하나하나를 복원했다고 합니다. 배우들이 응시하는 바둑판 위 돌들의 진행이 35년 전 실제 기록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은 바둑 팬들에게 큰 즐거움 포인트입니다. 반면 두 사람의 그 이후 이야기는 자막이나 짧은 신으로 처리되어, 영화는 스승과 제자의 결정적 승부에 서사를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이기는 자와 지는 자”로 갈리는 냉엄한 승부 세계와, 그 승부를 통해 서로에게 남긴 영향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요컨대, <승부>는 실화의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도 세부적인 장면 연출에 있어서는 극적인 재미를 살리기 위한 허구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입니다. 사실을 알면 보이는 디테일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감상하는 하나의 재미일 것입니다.
3. 비슷한 영화 추천
스승과 제자의 특별한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은 영화에서 종종 감동과 극적 재미를 줍니다. <승부>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비슷한 사제지간의 서사를 담은 다음 두 편의 영화를 추천합니다. 하나는 한국 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 영화로 선정했습니다. 각각 줄거리와 특징, 그리고 <승부>와의 공통점을 소개해드릴게요.
1. 한국 영화 추천: <신의 한 수: 귀수편> (2019)
줄거리 요약: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바둑을 소재로 한 액션 느와르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한층 극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은 천재 소년 ‘귀수’(권상우 분)는 우연히 만난 고수 허일도(김성균 분)를 스승으로 모시고 살인 같은 수련을 거칩니다. 비범한 재능을 지닌 귀수는 스승의 가르침 아래 지하 바둑판 세계에 뛰어들지만, 결국 유일하게 의지하던 스승마저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제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후 홀로 살아남은 귀수는 목숨을 건 바둑 도박판을 전전하며 실력을 키우고, 과거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원수들과 사활(死活)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됩니다.
추천 이유 및 <승부>와의 공통점: 이 영화는 스승에게서 혹독하게 배움을 받은 제자가 결국 자신의 길을 가며 운명과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록 실존 인물이 아닌 픽션이지만, 스승-제자의 관계를 극대화하여 그린 만큼 <승부>와 정서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바둑을 중심 소재로 삼아 승부의 세계를 그렸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다만 *<귀수편>*은 실제 바둑 대국 역사보다는 복수극과 액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승부>와는 장르적 색채가 다릅니다. <승부>가 정통 드라마라면, <귀수편>은 바둑을 매개로 한 액션 누아르로서, 제자가 스승에게서 배운 기술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악당들을 물리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스승의 유산을 이어받아 제자가 운명을 개척한다는 큰 맥락에서 두 영화는 맥을 같이하며, 바둑의 세계를 전혀 다른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승부>를 재미있게 본 분께 색다른 재미를 줄 것입니다.
2. 해외 영화 추천: <위플래쉬> (Whiplash, 2014)
줄거리 요약: *<위플래쉬>*는 음악 영화이지만 동시에 한편의 심리 스릴러처럼 전개되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입니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 싶어하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는 전설적인 명문 재즈 밴드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폭군 같은 지도 교수 플레처(J.K. 시몬스 분)를 만나 혹독한 지도를 받습니다. 플레처는 학생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완벽을 강요하고, 앤드류는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려고 악착같이 노력합니다. 피가 튀도록 드럼을 연습하고도 “더 세게!”를 외치는 스승 앞에서 제자는 점점 광기로 맞서며 둘 사이의 긴장감은 폭발 직전까지 치닫습니다. 마침내 무대에서 펼쳐지는 압도적인 드럼 연주 시퀀스는 두 사람의 충돌이자 교감의 정점을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추천 이유 및 <승부>와의 공통점: 이 영화는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집착과 제자의 집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서사를 그리고 있어, <승부>의 사제 대결 구도와 일맥상통합니다. 플레처 교수와 앤드류의 관계는 형태는 다르지만 조훈현과 이창호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비슷한 애증의 승부를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위플래쉬>*는 *“폭군 스승과 그에게 지지 않으려는 제자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승부에 모든 것을 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성장의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정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쪽은 예술(음악), 한쪽은 스포츠(바둑)라는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열망과 사제 간의 복잡한 감정선이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준다는 점은 같습니다. <승부>에서 이창호가 스승 조훈현을 넘어서는 과정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면, *<위플래쉬>*에서 앤드류가 광기의 스승을 마주하고 혼신의 연주로 응수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비슷한 전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작품 모두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통해 스승과 제자가 어디까지 서로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작이라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